'40 대 150 대 200.'
사람수다. 40명의 북한선수단이 움직이면 150명의 경호원이 배치되고, 200명의 일본 취재진이 따라붙는다. 일본 언론의 북한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궁금증이 이번 2005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대회 최고 인기팀은 북한이다. 북한선수단이 이동하면 방송카메라가 뛰기 시작하고, 사진기자들의 셔터소리도 멈추지 않는다. 일부 한국 취재진이 있지만 대부분이 일본 언론이다. 일본대표팀을 취재하는 일본 언론보다 북한대표팀을 따라다니는 인원이 훨씬 많다. 이번 대회를 일본에 생중계하는 '아사히 TV'는 3팀의 취재진을 파견했는데 가장 선임격인 취재팀이 북한을 담당하고 있다.
북핵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 등 북한과 일본이 미묘한 관계에 놓여 있어 관심이 높은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본인들은 북한을 '신비'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외부에 알려진 것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팀의 철벽보안 역시 일본 취재진의 애간장을 태운다. 북한의 모든 훈련은 비공개였고, 이동경로는 전부 경찰들이 이중삼중으로 에워싸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 사설경호팀까지 나서 북한대표팀의 안전을 챙기고 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상황은 오히려 신비감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북한-일본전이 끝난 뒤 김명성 북한 감독은 승리의 원동력에 대해 "비결은 작전과 기술이 아니고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장군의 영도와 인민들의 당부를 가슴에 새겨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정치적인 발언에 순간 기자회견장이 썰렁해 졌다. 일본측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직원은 당황해하며 이말을 일본어로 전하지 않았다. 인터뷰룸에 있던 국정원 관계자는 문제없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통역이 자체 판단을 했다. 이 마저도 일본 언론의 좋은 취재감이 됐음은 물론이다. <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