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註] 故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의 죽음에 관한 어떠한 진상도 규명되지 않은채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본지는 이와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작년에 게재했던 기사를 다시 연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와 관련, 독자님들의 많은 의견과 제보를 기다립니다. (jlee@breaknews.com)
김선일의 생전 마지막 모습 목격자가 증인 채택되지 않았다?
"오베이디가 현지 종교지도자 2명과 함께 인질협상을 하고 있으며, 1차 협상은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10시부터 22일 오전 2시까지 약 4시간 동안 이뤄졌으며, 2차 협상은 22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무장단체의 석방의 요구 조건을 들었다. 인질범들이 우리 측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23일 이라크 현지로 갈 예정이다" (중앙일보 인터넷판 6월 22일 오후 9시 송고)
이것은 (주)NKTS라는 한국 사설 경호업체의 최승갑 회장이 김선일씨 납치세력과의 협상을 위해 24시간의 협상시한을 이미 넘긴 가운데 장재룡 외교부 본부대사가 인도양 상공을 날아가고 있던 상황에서 국내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된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외교부측이 주이라크대사관으로부터의 현지보고 내용이 좋지않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실제로 6월22일 오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각에 노무현 대통령이 평상복으로 외교부 긴급상황실을 찾았을 때에 이종석 NSC 사무차장은 이같은 최승갑 회장의 증언을 그대로 인용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하였고, 대통령은 이에 대해 "현지에서 희망적인 메시지가 들려오는데 이 차장의 기대대로 일이 잘 풀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라고 화답하였고, 당시 이 차장이 얼굴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있는 모습이 모든 공중파를 통해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최승갑 (주)NKTS 회장의 증언은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곧바로 들통나버렸다.
김선일씨 처형 보도가 처음 나오기 시작한 것이 23일 오전 1시30분경이었으며, 미군이 팔루자 인근에서 시신을 발견하여 주이라크대사관에 의해 신원 확인된 것이 22일 오후 10시 30분경, 그리고 미군측 군의관이 김선일씨 실제 사망시간으로 추정한 시간이 바로 2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오전 3시)였기 때문이었다. 즉, 오베이디가 2차 협상을 시작했다는 오후 3시는 김선일씨가 사망한지 이미 만 12시간이 지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와같은 희대의 거짓말 보다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바로 정부와 언론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다. 최승갑 회장의 증언을 그대로 믿자면 김선일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은 그의 이라크 현지 사업파트너인 오베이디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바로 그런 인물이 감사원 조사, 국회진상조사단의 이라크 현지조사, 그리고 국회 청문회의 어느 곳으로부터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을 뿐아니라 전혀 조사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와 언론이 최승갑 회장과 오베이디를 '거짓말쟁이'로 이미 치부해버렸기 때문에 굳이 시간 낭비하며 사기꾼들을 조사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야말로 전국민이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와같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여 정부, 언론과 국민을 모두 속였다면 이야말로 천벌을 받아 마땅한 자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적하는 언론을 지금까지 단 한곳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종석 차장과 언론들은 왜 최승갑의 증언을 믿어주었을까?
그러나 최승갑 회장을 둘러싼 미스테리는 여기서 그치지를 않는다.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이에 관해 위기시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어떤 미친 사람이 자신이 김선일씨 납치세력과 두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고, 현지 파트너를 통해 김선일씨의 생존사실과 고문 흔적 없음을 직접 확인했다고 이야기하면 이를 그냥 믿어주는 그런 기관일까? 결코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뉴스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의 대형 언론들이 어떤 미친 사람의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듣고 아무런 확인절차 없이 이를 전 국민을 상대로 보도할까? 그럴 가능성 역시 전무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주)NKTS와 최승갑이 NSC와 국내 대형 언론들에게 어떤 존재로 부각되고 있었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즉, 단순한 사설 경호업체에 불과한 (주)NKTS에게 그토록 절대적인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승갑 회장의 배후에 정부와 언론이 믿을만한 그 누군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즉, 그들이 주는 정보가 그 자체로서 믿을만하다기 보다는 그들의 배후에 있던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믿을만한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의 정보를 아무런 가감없이 믿어주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최승갑 회장과 오베이디의 증언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음에도 그 후에 증인으로 채택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정부와 언론에 의해 어떠한 제재조치를 받지 않은 것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분석해볼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NSC와 언론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바로 한국정부와 (주)NKTS간에 모종의 유착관계가 있음을 암시한 23일자 한국일보 인터넷판 기사이다. 이에 따르면 오베이디는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이 자신에게 저항세력과의 교섭을 부탁해왔다"는 증언을 했으며, 이에 대해 현지 대사관 관계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답변을 한 것으로 나와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외교부의 태도이다. 당시 CBS뉴스에 따르면 외교부 모 국장이 NKTS측에 대해 "협상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줘서 고맙다"는 통화를 일부러 해왔다는 점이다.
알자지라에 출연하여 김선일씨의 석방을 간절히 호소하였을 뿐아니라 6월초에 알자지라 방송 출연을 위해 카타르를 방문, 아랍인들이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가지지 않도록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인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이 최후의 순간에 전한 "김선일씨 무사하다"는 정보 소스 역시 오베이디가 아니었을까 하는 억측을 자아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외교안보의 총괄사령탑인 NSC, 외교부, 언론 심지어는 열린우리당까지도 모두 최승갑이라는 거짓말쟁이에 의해 철저하게 농락당하는 수모를 당하고도 그 누구도 이후에 단 한마디 "찍소리"도 못내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대체 최승갑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이토록 엄청난 거짓말을 하여 대한민국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들을 철저하게 농락하고도 무사할 수 있단 말인가? 그 궁금증이 계속해서 증폭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김선일씨가 죽음으로 인해 과연 최승갑 회장의 증언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이었는지를 밝힐 기회 조차 없어졌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불과 몇시간만에 들통날 거짓말을 이토록 대담하게 전 언론, 국가기관과 국민들을 상대로 벌인 배경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치 김선일씨가 죽을 것, 아니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않고는 이런 엄청난 거짓말을 벌이기 어려웠다는 정황 증거가 더욱 이번 사안을 의혹으로 몰고가고 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김천호 가나무역 지사장의 행보이다
최근 밝혀진 사실들을 토대로 김선일씨 사건을 종합해보면, 결과적으로 김선일씨 납치세력과 구출협상을 벌인 유일한 사람은 김천호 가나무역 지사장이고, 정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AP측이 공개한 테이프와 관련된 모든 책임은 외교부가 모조리 뒤집어쓴 상태이고, 김선일씨 구출협상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김천호 가나무역 지사장이 모조리 뒤집어쓴 상태가 되어버렸다.
얼마전 김천호 지사장은 국내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억울하다는 심경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민간 군납업자에 불과한 그가 무슨 힘과 권한이 있어 김선일씨 납치세력과 단독으로 협상을 벌일 수 있었겠는가? 설령 그가 돈키호테와 같은 무지막지한 심정으로 협상을 실제로 벌였다고 하더라도 납치세력들이 과연 그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했을까?
이러한 정황을 놓고 볼 때에 그야말로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김천호 가나무역 지사장 조차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최승갑 회장과 오베이디를 언급한 적이 없다. 그가 유일하게 단독으로 납치세력과 협상을 벌인 만큼 김 지사장이야말로 최승갑과 오베이디의 거짓말을 낱낱이 폭로하고 공개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 그는 철저히 입을 다물어왔다.
뿐만 아니라 김선일씨 납치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일제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천호 지사장이 최승갑과 오베이디가 여론의 뉴스메이커로 등장한 시점부터는 완전히 뉴스 무대로부터 사라져버린다. 그것도 김선일씨 참수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시점까지 말이다. 김천호 지사장의 침묵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정부와 언론은 그야말로 형식논리로만 일관한 감사원 조사와 국회 청문회 종료를 계기로 김선일씨 사건이 마치 그 진상이 밝혀지고 완전 해결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납치살해사건이 납치범들과 단독협상을 벌였다는 사람이 각각 다르게 존재하는 가운데 종결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김선일씨 납치세력들과 협상을 벌인 사람은 누구인가? 김천호인가? 아니면 최승갑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둘 다 깃털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 협상을 벌인 '숨은 세력'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아니, 과연 협상 자체가 단 한번이라고 이루어진 적이 있는가?
그것이 진실이건 거짓이건 자신이 스스로 납치세력들과 단독협상을 벌였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불러서 조사하는 것이 그야말로 수사의 ABC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베이디와 최승갑은 조사는 커녕 김선일씨 참수 이후 마치 정부와 언론이 약속이나 한듯 단 한번도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거기에 도대체 어떤 흑막이 있는 것일까?
브레이크뉴스, (주)NKTS와의 취재를 시도했었다
본지가 (주)NKTS와 최승갑 회장의 김선일씨 사건 관련 부분을 최초 보도한 후 (주)NKTS측으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 내용은 김선일씨 사건과 관련된 자신들의 입장을 우리에게 밝히겠다는 것이었고, 이메일에 적힌 담당간부 휴대폰 번호를 토대로 필자는 취재를 시도했었다. 그 결과 담당자와의 인터뷰 약속이 잡혔고, 브레이크뉴스는 이를 토대로 후속 보도를 내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약속이 잡힌지 두시간여만에 (주)NKTS측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필자와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담당자는 상부로부터 긴급 지시를 받아 약속을 무기한 미룰 수 밖에 없다는 말만 짤막하게 남긴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본지의 기사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을 하겠다는 당초의 방침이 무엇인가의 외부적 요인에 의해 180도 바뀌었음을 추론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최승갑 회장과 (주)NKTS의 정체는 무엇인가?
(주)NKTS(www.nkts.co.kr)는 경호, 경비 및 용역 전문업체로서 New Korea Total Service의 이니셜을 회사명으로 하는 법인이다. 이 업체는 2003년 3월에 설립되었으며, 설립된지 불과 6개월만인 2003년 9월 요르단 왕실로부터 경호계약을 따서 국내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으며, 일본 국영방송인 NHK도 동사의 활약상을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금년들어서는 더욱 사세를 확장하여 지난 2월에 이라크 현지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3월부터는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 경찰의 경호교육도 맡고 있다. 직원수는 이라크 현지인을 포함 모두 100여명의 경호요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이라크와 UAE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승갑(崔承甲) 회장은 특전사와 청와대 경호실(박정희 재직시)을 거쳤으며, 중동에서 태권도를 가르친 인연으로 왕실 및 상류층과 교류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포털엔진에서 NKTS를 검색해보면 '최승갑 회장'이라는 인물과 '최금석 회장'이라는 인물이 동시에 등장한다. 최승갑과 최금석이 동일인인지 아니면 친족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둘 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인 것으로 나와있다.
그런데 최승갑 회장의 정체와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째, 한겨레신문이 최승갑과 오베이디간 이메일 교신내용을 입수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중대한 계약을 추진중에 있었으며, 이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이번 김선일씨 구출사건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나와있다.
뿐만 아니라 키르쿠크 지역 경찰의 경호교육을 맡고 있는 것도 한국군 파병 예정지가 키르쿠크에서 아르빌로 변경된 것에 따른 '울며겨자먹기식' 사업이며,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것 역시 NSC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군의 파병을 둘러싼 움직임 속에 (주)NKTS와 최승갑 회장이 깊이 개입되어 있음을 추론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둘째, 무엇보다도 큰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바로 그의 사업의 급성장 배경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전쟁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뿐만 아니라 경호요원을 파견하고, 키르쿠크 지방경찰청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미군 과도통치위원회 및 한국 정부와 커뮤니케이션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설립된지 6개월만에 한국 경호업체로는 처음으로 요르단 왕실 경호 계약을 체결하고, 이라크 키르쿠크 지방경찰청과도 경비교육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성장세는 주변의 시선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그들이 정작 이라크 현지에 파견되었던 경호요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