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심수봉씨는 10·26 당시 김재규와 차지철이 싸웠다고 한 당시 진술을 합동수사본부의 강요에 의한 거짓 진술이라고 새롭게 주장했다
“김재규 부장과 차지철 경호실장이 크게 다투었다는 것은 강요된 진술이었으며, 당시 연회 분위기는 좋았다.”
10·26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회석에 있었던 가수 심수봉씨는 29일 방영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사건 당시 연회장 분위기는 좋았지만 김재규 부장은 무섭게 경직돼 있었다”고 밝혔다.
“대기실에서 차 실장과 김 부장의 다투는 소리를 들은 적 없다”고 밝힌 심씨는 “대기실에는 조그맣게 TV를 틀어놓고 있었다. AFKN이었다고 기억한다. 다투는 소리가 크게 났다면 경호원이 긴장하지 않았겠나. 그런 일 없었다”고 말했다.
심씨는 “연회장에 들어갔을 때 박정희 대통령은 그 전에도 몇 번 뵈었기 때문에 매우 반겨했다. 차 실장도 심수봉씨 노래 잘 듣고 있다며 반겼다. 박 대통령이 분위기도 그렇고 하니 노래 좀 듣자고 말해서 TV를 끄고 제가 먼저 노래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재규 부장은 여느 때와 달랐다”고 말한 심씨는 “(김 부장과) 초면이 아니니까 반가워서 눈인사를 하고 들어갔는데, 전혀 인사를 받지 않고, 모르는 사람처럼 굉장히 무섭게 입을 다물고 표정이 없었다. 정말 이상했다”고 말했다.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겠나… 지금 생각에는 그렇다”며 “김재규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경직돼 있었다”고 말했다.
심씨는 “박대통령이 총을 맞은 후 끄르륵 끄르륵 소리가 나서 저와 신재순(당시 연회에 참석했던 대학생)이 앉은 채로 번갈아가면서 ‘각하 괜찮으세요?’ 그랬더니 박 대통령은 단호하게 ‘괜찮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제는…’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건 현장 사진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인터뷰한 기록을 공개하며 10·26은 미리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 궁정동 안가가 대통령 경호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제는…’은 궁정동 안가는 총 5개 동으로 되어있으며, 각 동마다 경비가 있어 청와대 경호실 직원조차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대통령을 수행한 경호관도 궁정동에서는 궁정동 경비에게 외곽경호를 맡기고 자신들은 대기실에서쉬었다고 밝혔다.
안가에서 대통령을 경호하는 사람은 김재규와 수하직원 뿐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총을 겨눌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 저격 후 남산 중앙정보부로 가다가 육군본부로 차를 돌린 점은 10·26이 김재규의 우발적인 범행의 결과라고 인식돼 있지만 ‘이제는…’은 유석문 전중정부장 운전담당 사무관의 말을 빌어 “육본으로 차를 돌린 것은 군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였다”며 “육군은 중앙정보부에서 움직일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중정으로 갔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는…’은 “김재규는 유신을 지켜온 핵심인물이지만 가슴속에 자유민주주의의 열망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1979년 들어 자유민주주의 대의를 위하여 등 파격적인 내용의 글을 남겼으며, 군재판에서 4월에도 거사를 준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선애(iyamm@dailyseop.com)기자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5-05-30 1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