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이라크 자이툰부대 방문을 극비리에 추진, 성공리에 성사시켰던 사람들이 암호명 `동방계획'의 뒷얘기를 한데 모아 책을 냈다.
10일 발행된 `대통령님,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깊은샘)의 저자는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 청와대.NSC.정부 관계자, 항공기 관계자, 기자 등 30명이다. 노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에 얽힌 나름대로의 `사연'을 소개한 것이다.
이 책은 특히 동방계획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동시에 성공적인 작전 수행과 보안유지를 위해 가슴졸이고 긴박했던 순간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저자들은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충과 감동, `최고상태'의 보안유지 과정에서 일어난 웃지못할 해프닝을 함께 담았다.
동방계획은 이미 알려졌다시피 유럽 방문을 앞둔 노 대통령의 `제안'에서 시발됐다. 이때 노 대통령은 "너무 촉박해서 어렵다면 설날에라도 가야겠다"며 자이툰부대 방문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유럽순방 출국 하루전인 지난해 11월27일 노 대통령은 마침내 자이툰부대 방문을 확정했다. 이어 노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2시간 체류'를 위한 동방계획이 철저한 보안 속에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이종석 차장은 12월4일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동방계획을 알렸다.
이에 노 대통령을 태우고 이라크 아르빌로 향한 우리군 수송기를 미군 F-15기 가 초계 경호하고 아르빌 공항에서는 미군 아파치헬기가 공중경계 및 정찰 활동을 하는 등 미측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또한 동방계획이 시작되기 직전에 머문 프랑스 파리에서 쿠웨이트와 이라크 당국에 양해를 구하는 친서에 서명했다.
서울에서 작성된 친서는 각종 보고서와 함께 비밀리에 파리로 공수됐으며 당시 `운송 책임'을 맡은 NSC 최동방 행정관은 자신이 운반한 007가방과 A4용지 상자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 몰랐다고 한다.
당시 이 차장으로부터 "손목이 잘리더라도 놓지말고 윤병세 정책조정실장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만 받은 국가정보원 출신 최 행정관은 귀국 후에 "저 국정원 직원 맞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손세주 외교부 아중동국장도 쿠웨이트 출장을 감추기 위해 "모친이 편찮으시다"는 핑계로 휴가를 냈으며, NSC 정조실 황우현 해병 대령도 경호장비 등을 군수송기편에 비밀 운송하기 위해 "NSC 상임위 결정사항"이라는 거짓말을 해가며 물품을 확인하려는 선배 장교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고 한다.
또 `건교부의 해외사업조사단' 신분으로 아르빌에 선발대로 파견된 청와대 경호원들은 "여러분이 주둔지 밖으로 나가실 때는 반드시 경호 병력과 동행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대통령 경호원이 경호를 받은 셈이다.
이 책은 노 대통령과 자이툰 부대 사병의 `찐한 포옹'을 둘러싼 의문에 대해서도 답을 하고 있다. "만일 각본을 가지고 그런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 그런 탁월한 연출능력을 가진 의전비서관실이 영화라도 찍겠다고 나설 일"이라는 게 천호선(千皓宣) 당시 의전비서관실의 답변이다.
당시 동방계획추진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은 이 차장은 이 책을 통해 "동방계획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말없이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한 결과 극비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