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18~19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3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가 한창이다. 정상회의 유치의 정치적 무게도 만 만치 않지만 정부는 21개국 정상을 비롯해 정부인사, 기업인 등 1500명의 대표단과 6000명의 국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이번 회의 를 ‘정보기술(IT)강국 코리아’이미지를 전 세계에 발신하는 계 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이번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첫 고위관리회의(SOM)가 열리고 있다. 개 막 8개월여를 앞둔 부산 APEC 정상회의장을 미리 둘러본다.
◈IT코리아 과시〓최종무 APEC 준비기획실장은 5일 “이번 APEC 문화행사의 최대컨셉트로 잡은 게 바로 IT코리아”라고 말했다. 준비기획단은 우선 회의장인 부산벡스코 3개 전시장 중 한 곳을 특설전시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전시장뿐 아니라 복도와 벽면에 는 최첨단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병풍 등 각종 볼거리가 마련된다. 외신기자 1500명에게는 신형 휴대전화를 공짜로 빌려 줄 예정이다. 정상회담 스케줄, 간략한 브리핑 내용은 물론, 식 사시간에 이르기까지 꽉 짜인 취재일정을 안내하는 e메일이 발송 돼 참가자들이 길거리에서 헤매지 않도록 해준다. 기획단은 선진 화된 전용 웹사이트(www.apec2005.org)를 운영중이다. 다만, 글 자 그대로의 최첨단 방식은 가급적 자제할 방침이다. 이를 제대로 열람할 정도의 기술력을 못갖춘 회원국들을 배려한 조치다.
◈21개국 정상의 경호·숙박문제는 최대 고민거리〓모든 국제회 의 주최국이 겪는 공통된 고충은 정상들에 대한 경호와 숙박 등 예우 문제다. 누구나 전망 좋은 방을 선호하고, 특별한 배려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상들의 숙박문제를 잡음없 이 처리하기 위해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됐다. 수차례의 협의와 현 지조사를 통해 5개 특급호텔 등 숙소 배정이 끝나 지난 4일 각국 주한공관에 통보됐다. 아직 숙소배정에 불만을 표시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고 한다. 경호문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군, 국정원 등 관계기관 요원들이 망라된 ‘경호안전통제단’이 발 족해 청와대 경호팀을 중심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어청수 부산경찰청장은 “대테러 방지를 비롯한 각국 참가자들의 안전·치안 확보를 통해 성공적인 회의개최를 이끌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APEC기획단(단장 황성찬)도 지난 3일 경찰청에서 현판식을 가졌다.
◈동백섬을 돌려받은 부산시민〓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의 동 백섬은 부산시민에게는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지만 그동안 군 사시설로 통제돼왔다. 그 동백섬에 새 건물이 들어서 이번 APEC 정상회의 이틀째 회의장으로 사용된다. 행사 뒤에는 시민들에게 전면개방된다. 조원형 홍보부장은 “부산시민들은 커다란 선물을 하나 받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상량식을 가진 회의장은 바닷가 5980평에 지상 3층규모로 건립되며 전통 정자 의 개념을 현대적 양식으로 표현한 건물이다. 티타늄 코팅 아연 강판 소재의 둥근 지붕에 전망을 고려해 외벽은 유리로 시공되며 12개의 기둥으로 건물을 지탱한다. 9월 완공예정이며 현재 22% 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 소유의 이 회의장은 일정기간 기 념관으로 사용되다 민간에 넘겨 고급 국제회의장으로 활용될 예 정이다.
◈정치, 경제적 효과〓11월 회의 이전에 북핵문제가 실질적 진전 을 보일 경우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가 한반도 냉전해체를 국제적 으로 선언하는 자리가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북한 김정 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행사에 참석할 경우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북한을 실무회의에 옵서버로 초청 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으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번 행사로 ▲2005년 한해 관광수 입 증가 3000만달러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8420만~1억6620만달 러 ▲관광산업매출 및 외국인 직접투자증가로 인한 여타 산업 생 산증가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증가 1억4790만~2억5560만달러 등의 직접적 경제효과를 얻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상회의 개최지인 부산은 생산, 부가가치, 소득유발효과로 6700억원 가량의 파급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부산 신항만 건설과 경제 자유구역 정비 등 현재 진행중인 사회간접시설 확충사업을 완료 하면 동북아 물류중심에서 나아가 환태평양 물류·관광·컨벤션 사업의 중추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