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테러와 범죄행위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매우 다양 ·다기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세계의 공공기관에서는 최첨단을 자랑하는 보안시스템을 24시간 풀 가동하는 것은 물론, 보안(security) 요원을 이중 삼중으로 고용하는 것을 당연한 현 실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에 이르기까지 허술하 기 이를 데 없는 근시안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어, 전문가들로부 터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대통령 근접 경호 문제, 공주 박물관 국보 강탈 사건, 금융권의 강·절도 사건 등은 공공부문 경호경 비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는 실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부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여,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는 한탕주의를 반영이라도 하듯, 부유층만을 겨냥한 신창원식 강· 절도 사건과 밤거리의 여성들을 노린 전문 납치범들의 범행, 그 리고 경제가 불안할 때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어린이 유괴사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병리현상의 최종 표적은, 온종일 많은 돈이 오고 가는 금융권이나 제2금융권이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추정할 수가 있다. 6일에도 경기도 파주 농협에 2인조 권총강도가 들어 불과 2분만에 현금 등을 털어 달아났다.
국가 경제 및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금융권에서는 현 재 예산 절감을 위해 보안체계를 청원경찰 또는 폐쇄회로(CC) TV 에 의존하다시피 하는 최소의 안전망만을 가동하고 있다. 청원경 찰만큼은 소신과 책임감을 기대할 수 있는 고급 자체 인력을 활 용해야 할 텐데, 아직도 경비회사의 단순 용역 인력에 의뢰하고 있는 곳이 많다. 시스템조차도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 장비를 활용하는 곳 이 있어, 요원들로부터 범죄는 첨단인데 방범은 구각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을 듣고 있다. 이에 더하여, 읍·면 단위 등 소도시의 금융기관(군·읍 단위 조합, 농협, 수협 포함)과 대도시 금융기 관 간의 보안 관리 격차는 질과 양 면에서 모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제2금융권과 우체국은 금융권에 비해 자체 경비 인력은 물론 경비회사 송출 인력마저도 확보율이 크게 떨어 져 집중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자 위방범실태(2002년 12월 31일 기준)를 보면 무인경비시스템 99.8 %, 경비원 배치 92.9%로 비교적 나은 편이다.
그러나 제2금융권의 경우 무인경비시스템은 98.3%를 확보하고 있 다 해도 경비원 배치는 고작 5.5%에 불과해 그 심각성을 더해주 고 있다. 우체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비원 고용이 17.8%뿐이고 대다수가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어 관계 당국의 관심과 제도 보완이 각별히 요구된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는 첫째, 금융권 특수경비원(청원경찰)의 전문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둘째, 현장 에서 근무하고 있는 특수경비원(청원경찰)들의 보수교육이 뒤따 라야 한다. 셋째, 사건 발생후 경찰서 및 경호·경비회사의 출동 지연으로 인한 대형 손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우수한 특수경호경비 인력을 자체 고용하여 보안 효과를 높여야겠다. 특 히, 조금이라도 급료가 낮은 경비원을 고용하기 위한 발상에서 비롯된 현재의 경호경비원 공개입찰 방식은 마땅히 개선돼야 할 것이다.
필자는 강단에서 특수경비인력의 교육과정을 담당하던 중, 피교 육자들의 하소연을 심각히 경청한 바 있다. 그들은 국가의 공권 력이 미치지 못하는 국가의 각종 중요기관, 산업발전시설, 방송 사, 교통 시설, 항만, 수원지, 교도소, 가스집중 시설, 국가정보 원장이 지정하는 각종 보안시설 및 유수의 금융권 등을 경호·경 비하는 실로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의견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저급(월 110만∼130만원대) 의 인건비와 열악한 근무조건으로는 도저히 맡은 바 책무를 원활 히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필자도 이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어렵사리 특수교육을 이수한 후,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소임을 다하던 유능한 인력들이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 못해 전공 과 상관없는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을 목도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 스러울 뿐이다. 이러다가는 경호 경비 업무의 공동화 현상을 초 래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매해 과학적 지식과 실기를 두루 갖춘 우수한 경호안전 인력이 각 대학에서 육성되어 배출되고 있느니 만큼, 위에서 필자가 강조한 대책들이 하루 속히 보완되어 금융권과 제 2금융권, 우체국 등의 금융안전 불안을 확실히 해소함으로써 우 리 국민 모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금융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