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소중함과 그 가치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개 인주의가 급속도로 번지는 사회인 만큼 그런 당위를 자꾸 거론하 면서 가족 해체의 진전을 막아야 한다. 가족 해체의 방지는 1차 로 핵가족을 보호하고, 2차로 2세대(世代) 동거가족을 우대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구 가 세제면에서 또 공과금 부과에서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는다면 언어도단이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요즘 세태에서 흔치 않은 가 족에게 손해가 돌아가는 법과 제도는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말 로는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면서 실생활에서는 그런 미덕을 등한시하면 되겠는가.
실제로 경제능력이 없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세대주 이름을 부모 로 그냥 놔둔 가구는 장기주택마련저축에서 소득공제를 못받게 돼 있다. 무주택자에게 당연히 돌아가야할 혜택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죄아닌 죄로 박탈당한다면 누가 기꺼이 부모를 모시겠는가 . 그것은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따로 떨어져 살 라고 권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주택 수가구 전기요금제도도 생계를 달리하는 부모와 함께 살면 가구별로 계산돼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고율의 누진요금을 내게 된다. 이런 실생 활의 맹점이 결국 부모를 모시면 손해본다는 인식을 전파하게 되 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근로소득세 공제제도를 보면 경로우대 공제가 있고 동시에 소수공제자 추가공제가 있다. 말하자면 부모 부양과 독신 소득자가 동시에 혜택을 받는 것인데 이런 세제의 정책적 함의는 무엇인가.
고령사회로 이행하면서 독거 노인의 숫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 정책적 배려를 통해 이들의 가족내 수용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가까운 시일안에 한국 사회는 사회보장비용의 급 격한 증가라는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세대간의 정(情)도 메 마르고 공동체의 기초도 흔들릴 것이다. 극단의 이기주의라는 미 이즘(me-ism) 이 대두하고 있는 서구사회가 지금 어떤 대가를 치르 고 있는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