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권총을 감춰 차고 검은색 정장 차림에 이어폰과 선글라스를 낀, 1m80㎝가 넘는 키에 운동으로 다진 몸매.
대통령 경호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러나 경호원들은 때때로 야구 경기의 심판으로, 호텔리어로, 시장 상인으로 변신한다. 대통령을 곁에서 지키되 드러나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다.
2003년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노무현 대통령이 시구자로 나섰다. 사방이 트인 운동장은 경호원들에겐 최악의 장소다. 은폐·엄폐가 쉽지 않고 어디서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가늠할 수 없다. 당시 입장객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삼엄한 검문을 거치고 나서야 입장했다. 그렇지만 경호원들은 대통령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 관객 사이사이에 평상복 차림의 경호원이 관중으로 위장해 자리 잡았다. 근접 경호 요원은 ‘2루심’을 맡았다. 심판복을 입은 그는, 그러나 주심이 갖고 있는 야구공 주머니를 차고 있다가 네티즌에 의해 ‘신분’이 발각됐다. 주머니에는 10개의 공이 담긴다. 1.5kg이 넘는 물품을 보관할 수도 있어 경호 요원은 경호용 특수장비를 그 안에 숨기고 있었다.
대통령이 회의차 호텔을 찾을 경우 경호원들은 며칠 전부터 호텔 직원으로 변장하고 곳곳을 뒤진다. 일부 손님은 실제 호텔 직원으로 잘못 알고서 안내를 청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대통령이 시장을 찾을 때는 노점상으로, 공연장을 찾을 때는 단역 배우로 분장해 대통령의 곁을 지킨다.
경호원들은 옷을 입을 때도 한 치수 큰 것을 찾는다. 총기와 무전기를 지니기 위해서다. 방탄복도 입어야 한다. 장비가 노출될 경우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 한다. 하지만 경호원은 고달프다. 그들은 꿈에서도 대통령을 대신해 죽는 꿈을 꾸어야 한다.
경호원들은 또 언제나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허리를 구부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짝다리’를 짚는 건 생각할 수 없다. “기강이 세긴 센가 보다”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경호원들의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최선의 자세다.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도 좋다.
차량으로 대통령을 수행해 이동할 때는 차량 행렬을 2열로 움직인다. 경호원은 방탄 처리된 벤츠 차량을 이용한다. 신호는 빨간 불에 걸리지 않도록 교통 경찰이 조정한다. 정차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정규 속도는 준수한다. 그 때문에 2003년 5월에는 오토바이 택배 기사가 대통령 차량 행렬을 앞질러 지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