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4일 오후 개최된 장애인 정책 업무보고 때 장애인 2명이 노무현 대통령 면전에서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기습시위를 하는 해프닝이 발생해 청와대 경호에 구멍이 뚫렸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깜짝시위는 2분만에 정리됐지만 외부도 아닌 청와대 내부행사에서, 대통령과 불과 2m 떨어진 거리에서 이같은 돌발사태가 발생한 것을 둘러싸고 청와대의 대통령 경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시위는 노 대통령이 장애인정책 업무보고에 앞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서명식을 하려는 순간 시작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추진연대 박경석 공동대표와 장애인 이동권 연대 박김영희 공동대표가 휠체어를 밀며 갑자기 대통령 앞으로 다가서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 등이 적힌 작은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오늘 행사의 모토가)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고 하지만 장애인은 교육조차 못 받고 대우도 못 받고 있다”면서 “국가인권위에서 장애인 부모들이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해 지금 단식 중”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서명을 위해 옆에 서 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등은 순간적으로 돌발상황을 지켜만 보았고, 경호원들은 아무런 제재를 하지 못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모두들 함께 하시니까 시간을 얼마 달라고 말하면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박경석 대표는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통령이 아셔야 한다. 서명하기 전에 다짐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노 대통령과 장애인의 발언이 있은 뒤에야 청와대 경호관들이 달려들어 휠체어를 밀자 박김영희 대표는 “강제로 끌어내지 않도록 해달라”고 외쳤다. 돌발시위로 행사가 계속 지연되자 노 대통령은 “밖으로 모셔달라. 중단하지 않으면 바깥으로 모시겠다”고 말했고, 두 사람이 경호관들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내보내지면서 소동은 겨우 마무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라는 성격에 맞게 인터넷으로 참가자를 모집한 탓에 다양한 성향의 인사들이 참석한데다 상황이 워낙 돌발적으로 일어나 막지를 못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