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현재 한국에는 박태환과 김연아 둘밖에 없다. 지난 25일 그가 제12회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국은 ‘박태환 시드롬’에 휩싸였다. 더욱이 전날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며 세계 2위에 오른 김연아의 활약과 겹쳐지면서 한반도 전체가 ‘오누이 시드롬’으로 들썩이고 있다.
25일 누리꾼의 비난폭탄을 맞은 이후 저녁 뉴스부터 부랴부랴 박태환의 얼굴을 비춘 지상파 방송은 26일에도 박태환의 얘기로 아침을 열었다.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박태환의 금메달 사냥 소식을 앞다퉈 대서특필했다. 한 포털 사이트 뉴스 검색란에는 24시간 만에 그와 관련된 기사가 400건 가까이 올랐다. 이날 현재 그가 한국의 최고 ‘핫 인물’인 것이다.
누리꾼을 비롯한 국민의 반응도 용광로처럼 뜨겁다. 24일 저녁부터 박태환의 경기 장면을 서너번 봤다는 주부 박순옥씨(38)는 “아무리 봐도 멋진 장면이었다. 350m를 지나 선두로 치고 나오는 모습을 처음 볼 때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며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많이 겪어 가슴이 답답했는데, 이제는 뻥 뚫린 기분이다”고 감격해했다.
대학생 이혜린씨(24)도 “한국이 수영에서 세계 1등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그동안 코치와의 불화설 등으로 가슴앓이를 한 것으로 아는데,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해 더욱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에도 불이 붙었다. 특히 ‘은반의 요정’ 김연아와 박태환이 서로의 홈피에 올린 글을 언급하면서 “둘이 결혼해 낳은 2세가 또다시 세계를 정복했으면 좋겠다”며 마냥 즐거워했다.
ID가 poetry인 누리꾼은 ‘둘을 결혼시켜 줍시다’라는 제목의 글에 “정말 대한민국의 남자다운 박태환과 정말 대한민국의 여자다운 김연아. 정말 완벽한 2세 선수가 기대된다. 두 선수에게 철통 같은 경호를 붙여 다른 이성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 주장에 25명이 절대 지지를 보냈다. 반대는 단 2명.
또 다른 누리꾼 wonsuk0927도 “둘이 결혼하면 2세는 환상의 수중발레 선수가 되겠군~ㅋㅋ” 하며 재미있어 했다.
세계 수영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온 박태환의 ‘반란’과 세계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한 김연아의 선전은 국내 정치권까지 흔들어 놓았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이 26일 현안관련 브리핑을 하며서 “지난 주말 많은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면서 큰 기쁨과 희망을 안겨준 김연아 선수와 박태환 선수에게 축하와 함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는 얘기로 말문을 열었고,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도 “어제 박태환 선수가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정말 가슴이 벅찼다. 김연아 선수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해 동메달을 따냈다. 이런 저력이 있기에 우리 경제가 곧 도약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한민국이 다시 신명나기를 기대해 본다”는 말로 국정브리핑을 시작했다.
민노당 권영길 대표 역시 이날 오전 한·미 FTA 국정조사 실시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인사말의 중심을 박태환과 김연아의 얘기로 삼았다.
26일 한국은 ‘국민 오누이’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들의 더 나은 발전을 바라며 하루를 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