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벌어진 골프장 사장일행 납치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18일 구속된 정성일(39ㆍ정인숙씨의 아들)씨는 “부장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납치 주도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이에앞서 납치에 김모(40ㆍ구속)변호사는 ‘정씨가 꾸민 일’이라고 정씨를 주모자로 지목한 바 있다.
사건 발생 18일만에 체포된 정 씨는 경찰조사에서 “김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받는 조건으로 납치에 우연히 개입됐을 뿐이며, 김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동승해 펜션으로 갔을 뿐”이라며 “국정원 직원을 사칭해 체포영장을 제시하는 등의 행동은 물론 경호업체 직원들과 접촉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도피행각에 대해서도 “납치 사건을 주도한 것처럼 알려져 심적 부담이 컸고, 김 변호사가 모든 것을 정리할 것으로 믿어 잠시 피해있으면 잘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납치된 강사장의 외삼촌인 윤씨(66ㆍ구속)로부터 150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경찰발표도 전면 부인했다.
반면 김 변호사와 윤씨는 지난 13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납치극은 정씨와 강씨가 꾸민 ‘자작극’이며, 이를 밝혀내려는 과정에서 사건에 휘말린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변호사는 “윤씨의 법적 대리인 자격으로, 강 사장이 골프장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 공항에 갔을 뿐 납치사건이 일어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개인 운전기사도 경찰조사에서 “김 변호사로부터 평소와 다르게 ‘어디냐. 빨리 면옥 IC로 와서 나를 태워가라’는 다급한 내용의 짧은 문자와 전화를 10여통 넘게 받았다”며 “사건현장에 가지 않으려 내게 연락한 것 같은데 중간에 내리지 못하고 강압적으로 (현장에) 간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또 정 씨의 협박을 못이겨 체포영장을 위조하고 도피 자금을 송금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술이 엇갈리고 있지만 경찰은 납치극을 누가 먼저 제의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윤씨와 김 변호사, 정씨가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납치를 공모했을 당시, 골프장 경영권을 두고 조카와 갈등을 빚던 윤씨가 납치를 처음 제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 변호사나 정씨가 윤 씨에게 역으로 납치를 제의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경찰은 19일 대질 심문과 거짓말 탐지기 등을 동원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