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현지시간)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둘째 날 회의가 열리기 직전 미국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뉴욕의 재팬 소사이어티에서 강연했다. 그는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투명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약 300명이 참석했다. "전날 공항에서 회의장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까지 왜 택시를 이용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뉴욕의 택시기사는 세계 최고"라며 웃어 넘겼다.
전날 회의는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 힐 차관보가 회담장에 도착한 뒤 북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5시40분쯤 호텔에 도착했다. 김 부상은 기자들이 몰려 있는 50번가 쪽 호텔 출입구를 피해 다른 쪽 비상통로로 자동차를 진입시켜 곧장 회담장으로 올라갔다. 양측 대표단이 회담장으로 올라가자 경찰은 호텔로 통하는 주차장 진입로를 경찰차로 막아 놓고 차량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이날 회담은 개막회의에 이어 저녁식사를 하는 정도로 알려져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회의는 4시간25분 만인 오후 10시5분쯤 끝났다. 김 부상 일행이 숙소로 되돌아갈 때도 삼엄한 경호는 이어졌다. 경호원들은 취재진들을 아예 도로 건너편 인도로 물러나게 한 뒤 신속하게 김 부상 일행을 리무진에 태우고는 회담장에서 사라졌다. 김 부상은 숙소인 밀레니엄호텔에 도착해 회담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나 얼굴은 반주를 마신 듯 붉었으며 미소를 머금은 밝은 표정이었다.
호텔 입구에서 진을 쳤던 취재진에게 미 국무부 공보 담당자는 "오늘은 힐 차관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념하고 돌아갈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차 뉴욕에 온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4일 저녁을 맨해튼 한인 식당에서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전 사무총장과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과 같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쯤 맨해튼 32가 한인타운 내 '금강산' 식당에 도착해 2시간 반 정도 소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떠났다.
식당 종업원에 따르면 일행은 모두 7명이었는데 갈비 5인분, 냉면 다섯 그릇, 파전 2개, 소주 3병을 나눠 마셨다. 그는 "식대는 350달러(약 33만원)가 나왔는데 계산은 미국 사람이 했고, 팁도 두둑이 주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식은 동석한 미국인이 주문했고 소주도 그가 시켰다"며 "손님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겼고, 음식 맛이 좋다고들 했다"고 말했다. 김 부상을 수행한 미국인 경호원 8명도 연어구이와 만두 등을 시켜 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