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3월 30일 워싱턴DC 소재 힐튼호텔에서 개최된 노동계 지도층과의 오찬을 마치고 나오던 레이건 대통령은 차량 탑승 직전 범인 힝클리의 22구경 권총에 의해 저격을 받았다. 주변에 있던 흑인경찰은 땅바닥에 엎드려 자기를 지켰지만 당시 미 대통령 경호실 소속 매카디 근접 경호원은 자기의 팔다리를 벌려 몸으로 실탄을 막아내어(체위 확장의 방법) 초탄 이후 더 이상의 총격으로부터 피해를 막아내었다.
경호원은 위험을 막아내는 움직이는 방패인 것이다. 경호란 어떤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자의 위해요소를 방어하는 행위이다. 경호 대상자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경호요원은 경호 대상자를 우선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무기사용 등 공격적 행동보다는 방어 위주의 엄호행동이 요구된다. 경호요원의 존재 목적은 위기상황 시 자신을 희생하여 경호 대상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있다.
경호요원은 가능한 한 자신은 물론 자신들이 제공하는 경호가 경호 대상자의 편의에 부합되도록 해야 하며 경호요원이나 경호장비는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이들은 무수히 반복된 훈련과 고강도의 정신력을 통한 순간적 위기를 물리치도록 단련되는 전문직업인이다.
결코 고단자나 어깨에 힘이나 들어가 있는 ‘하늘을 나는 이소룡?’이 결코 아니다. 다변화된 사회구조 속에서 급증하는 범죄와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경호는 사회 제반현상과 그에 대처하는 경호업무를 합리적 수단과 과학적 기술 속에서 고도의 지식과 소양을 갖춘 사람만이 경호업무에 종사해야 한다.
이번 박근혜 대표의 피습에서도 경호에 대한 전문적 능력과 안전을 무시한 결과가 초래한 테러 사건이었다. 사진 분석을 통하여 도출된 결과는 박 대표를 중심으로 당직자와 지구당 요원들만이 보일뿐 최소한의 수행 근접 경호팀장조차 뒤로 배제되었다는 것은 끔찍한 피습에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었다. 범인이 팔을 뻗어 흉기를 사용하는 거리 정도라면 충분히 근접 경호팀장이 즉각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으며 아니면 최소한도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감히 주장한다.
사전 예방조치가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에 의하여 무시되고 경호와는 전혀 무관한 당직자들만이 피경호인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위기상황에 무방비한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처사일 뿐이다. 정치적 환경에서 경호는 적절한 상황적 절충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우발사태에 대한 대비책은 강구되어야 한다. 다중인원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VIP가 도착한 즉시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와 발생 가능한 비상상황을 가정하여 대책을 강구하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대피(Evacuate)에 대한 경호계획은 무리할 정도로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는 VIP차량이 도착 후 운전요원의 안이한 자세로 출발 방향으로 차량이 준비되지 않은 결과 신속한 탈출. 대피 혹은 응급 구조체제가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민간경비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경찰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민간경비회사는 행사장 배치 최소한 24시간 전에는 근무배치를 당해 경찰서에 신고하여야 하고 행사에 대한 세부적 내용을 알려 주고 관련 행사에 대한 경찰의 정보와 필요시 최소한의 경찰력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시민의 안전에 대한 이원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경찰은 ‘사회 치안질서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공동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고. ‘민간경호경비회사’는 개별적 행사에 대한 안전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민간신변보호요원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해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무도능력만을 믿고 일시적 신변안전요원으로 활동하는 위험한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있다.
민간분야에서 전문안전요원을 양성하는 대학이 이제는 60여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안전요원에 대한 제도적 법적 장치는 전무한 상태이다. 전문교육을 받은 대학졸업자나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나 구별 없이 현장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시급히 민간안전요원에 대해 ‘자격증’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처럼 마련되어서 ‘일시적 업무’가 아닌 ‘전문직업’으로서 신변보호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정부기관을 통한 경호전문훈련 교육시설이 설치되어 능력을 겸비한 민간경비요원의 보수교육 등이 실시되어 공권력에만 의존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탈피할 수 있는 사회 안전판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제반 연구가 시급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유형창 (경남대 경호비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