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최현철] 31일 오전 9시30분,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48차 국무회의가 청와대 세종홀에서 열렸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15건의 법률안과 6건의 대통령령, 일반안건 4개가 상정됐다.
이미 부처 협의와 차관회의를 거친 안건들이어서 이날 회의에서는 특별한 토론이나 논쟁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법안 주무부처 장관이 개요 설명을 하고 나면 의장이 이견 여부를 묻고 없으면 통과를 선포하는 식이다.
물 흐르듯 진행되던 회의가 중반 무렵 대통령경호실법 시행령 개정안이 상정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 경호실 안에 경호안전교육원을 두는 것과 전직 대통령의 출가한 딸을 경호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었다.
현 시행령은 전직 대통령 가족이 대통령과 한 집에 살고 있으면 경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조항을 둬 출가한 딸은 결혼 뒤에 대통령과 함께 살더라도 경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개정안이 제출된 것은 여성가족부가 출가 여성을 경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여성 차별적 조항\'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대통령 경호실은 여성가족부의 시정권고를 수용해 법률 제안권이 있는 행정자치부를 통해 이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냈다.
이용섭 행자부 장관이 개정안 취지에 대해 설명을 마치자 대부분의 국무위원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당연한 데다 지엽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노 대통령이 나섰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뭐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더 나아가 전직 대통령 자녀까지 굳이 경호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개정안 의결은 보류됐고 회의는 다른 안건으로 넘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