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체벌과 관련한 일에 연루돼 학부모로부터 진정을 받아 경찰조사를
받았던 중학교 여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8일 오전 6시30분께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모 아파트 16층에서 H여중 양
호교사 이모（39·여）씨가 50여m 아래 화단에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
원 김모（65）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화단 쪽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 가보니 한 여자가 머리에 피
를 흘린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의 집안에서는 `십자가는 제가 메고 가겠습니다`라고 연필로 쓰여
진 수첩이 발견됐다.
경찰과 학교에 따르면 이 교사는 같은 학교 김모（39）교사가 지난해 9
월 학생 A（17）양을 체벌한 것에 반발한 A양의 어머니（51）가 지난 1월
김 교사와 자신， 교장 등 모두 4명을 상대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함에 따
라 지난달 20일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교사는 A양 어머니의 민원에 따라 지난해 12월 30일 개최된 학교 분쟁
조정위원회에서 `A양이 양호실을 자주 찾았지만 선생님에게 맞아서 그런것
은 아니다`고 진술하고 A양의 가정사에 관련된 상담내용을 공개한 것이 A양
의 어머니로부터 진정을 당한 이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정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평택경찰서 조사계 관계자는 “A양 부모로부
터 진정서가 접수돼 이 교사를 조사했지만 직접 체벌한 교사도 아니어서 참
고인 수준의 조사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체벌사건과 관련， 혐의점이 밝
혀진 것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A양 어머니가 진정한 4명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친 뒤 A양의 머리
에 꿀밤을 때린 김교사에 대해서만 단순 폭행혐의를 적용하고 숨진 이 교사
와 담임교사， 교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종결처리한다는 내용으로 검찰에 지
휘건의한 상태다.
경찰은 이 교사가 쓴 유서가 발견되고 평소 이 교사가 A양 어머니로부터
항의전화를 여러차례 받고 괴로워했다는 남편（45）과 학교 관계자들의 말
에 따라 이 교사가 학생체벌에 연루돼 진정까지 받은 것에 대해 심적압박
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A양의 어머니가 지난달 말께 우편으로 김 교사와 담임교
사， 교장과 이 교사에게 위자료 등 명목으로 모두 1억5천만원을 요구했으
나 학교측이 들어주지 않았다”며 “현재 A양은 어머니와 함께 다른 도시
로 이사가 모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