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금융브로커 김재록(金在錄)씨를 올 1월 체포했다 석방한 이후 ‘통신감청’을 해왔으며, 김씨가 풀려난 뒤 고위층 인맥을 이용해 구명(救命) 로비를 시도하고 새로운 사업까지 벌이려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올 1월 김씨를 기업인수 로비 혐의 등으로 전격 체포한 검찰은 이틀간 경제·금융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 여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당시 이미 김씨의 고위층 인맥을 대략 파악했다고 한다. 작년부터 진행돼온 김씨 관련 공적자금 비리 수사와 각종 제보, 여기에다 휴대전화 통화내역 추적이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가 고위인사에 대한 로비를 부인하자 검찰은 일단 김씨를 석방했다. 대신 검찰은 법원에서 통신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김씨의 집과 사무실 등의 전화에 대한 집중적인 감청에 들어갔다. 김씨의 혐의 입증 외에 배후인물을 잡아낼 단서를 확보하기 위해 ‘비밀 내사’에 들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자신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될 것이라 자신하며 새로운 사업에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검찰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 1월 김씨가 풀려난 후 금융계에서는 김씨가 론스타가 매각하려는 외환은행 인수를 도와주겠다며 모 은행과 접촉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작 김씨는 전화 감청 등 검찰의 ‘잠행(潛行)’ 수사에 대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영장실질심사에서 “(1월 조사 이후) 아무것도 나온 게 없는데 검찰이 구속하려 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이 무혐의 처리될 것으로 오판한 흔적도 나타냈다. 이와 관련 채동욱(蔡東旭) 대검 수사기획관은 현대차그룹을 압수수색한 후인 지난달 28일 기자들에게 “수사기법이라 말할 순 없지만 김씨를 1월 석방한 후 두 달 반 동안 나름대로 동향을 파악했다”고 말한 바 있다. 두 달 반 만의 전격구속이 “(현대차 관련) 제보뿐만 아니라 내사도 결정적이었다”고 해, 전화감청을 통해 김씨의 행적을 낱낱이 파악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